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꽃지게와 아버지
아버지
그 뜨거웠던 여름
피비린내 나는 전장을 지나
구사일생으로 살아오신 우리 아버지
굳은 손, 굽은 등
빗발치던 총알을 다 비껴낸
야무진 작은 어깨는
총 무게보다 무거운 지게를 지고도
언제나 날렵하셨다
한과 피로 물들이던 그날의 들판 대신
들꽃 가득한 산과 들을 지나
"송이야, 선물이다"
아버지 키보다 큰 꽃지게는 성큼성큼 걸어와
꽃바구니를 안겨주었다
그때는 몰랐지
그냥 아버지가 주신 예쁜 꽃
그 꽃지게를 기다렸을 뿐
오늘
현충일에 조기를 달고 생각하니
그 꽃지게는
아버지의 치료제였던 것을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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